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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윤상혁(1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76회 작성일 10-08-28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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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야근하다가 인터넷 검색창에 무의식적으로 "우신고등학교, 이영남 선생님"이란 단어를 타이핑해서
이 사이트를 만나게 되었다..이것도 우연이라고 해야할까..

저 아래 고3때 같은 반이었던 최광민(광준이라고 잘못되있군요), 양석조 군이 보이는 것 같네요. 이영남 선생님을
담임으로 하였던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그 분은 누구에게도 잘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을 몇 개씩 남기고 가신것 같네요.

우선 제가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고2때 내 가장 친한 친구였던 한OO라는 녀석의 담임 선생님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나는 이과였고, 그 녀석은 문과였는데 집에 같이 가기 위해서 그 녀석 교실 앞에서 기다리곤 했는데, 보통
종례 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기 일수였습니다. 긴 종례는 마지막으로 애국가를 부르면서 끝이 나게 되었지요.

그 "한"이라는 친구는 선생님을 거의 '신'과 같은 존재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늦게 찾아온 사춘기 때문에 어두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그 친구가 고3이 되면 꼭 이영남 선생님께서 저의 담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하였었지요. 그런데 정말로
극적이었던 것은 고3때 이과인 제 담임 선생님이 되셨다는 것이었지요..

우울한 고3의 시기의 마지막에 큰 "한'이라는 친구는 새벽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고, 저와 선생님이 함께 그 친구의
졸업장을 친구 부모님께 전달해 주고 나오는 길에 저는 마음 아픈 사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고3초, 그 친구가 저에 대한 소개와
1년간 잘 부탁한다는 내용으로 장문의 편지를 써서 선생님께 드렸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제가 선생님 소식을 다시 듣게 된 것은 선생님께서 힘들게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하셨던 시기
엿습니다. 거의 10년간 못 뵈었었지요...평일날 병실에서 뵌 선생님은 많이 쇠약해 있으셨고 저는 간간히 선생님께 문병을
갔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유행이었던 친구찾기사이트에 선생님 소식을 전했던 기억도 있네요....어느 날은 어떤 여자분의 전화 연락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어느 병원의 의사라고 본인을 소개한 그 분은 중학교 때 이영남 선생님이 담임이셨는데, 우연히 선생님 소식을 알게되어 뵙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시기 직전, 병원에서 사모님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뵈었었습니다. 자그마한 체구의 그분은 저를 이미 알고 계신 듯 했었고, 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셨습니다...오히려 선생님께 큰 은혜를 받은 것은 저였는데 말이죠..

어느 덧 선생님이 돌아가신지도 몇 년이 흘렀고 저도 자녀를 둔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가끔씩 선생님 모습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쓸쓸히 혼자서 골똘히 생각하시던 모습...우리들께 함박 웃음을 주시던 모습...엄하게 꾸짖던 모습...하지만 한 가지 그 분을 떠나지 않았던 모습은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목표를 향한 끊임없는 열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씩 생각합니다. 난 나의 삶을 얼마나 진솔하게 대하며 살고 있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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